안철수 사퇴를 바라보는 소회 by cryingkid


안철수는 허의 정치가였다. 기존 정치 전반을 까는 것은 누구라도 할 수 있다. 일어나지 않은(을) 것들은 언제나 현실보다 아름답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대선판은 그 허상의 지지 만으로는 지탱되지 못한다. 국민들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현재 대의제 하의 당정 구조는 파워풀하고, 대선후보는 그것을 반드시 써먹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 점에서 당을 안 만들겠다던 안철수는 수사적으로 필승할 후보였고, 동시에 현실적으로 필패할 후보였다. 허상의 지지는 정치의 중요한 부분일 수 있지만, 정치의 마무리이자 전부가 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리고 이번 사퇴는 순진한 대중들과는 달리 안철수 스스로 그 허수의 지지세력을 잘 알고 있었다는 증좌이다. 그런 면에서 그는 영리하다. 그는 최대한 시간을 끌었고, 자신의 정치적 가능성을 드디어 현실계로 안착시켰다. 대중이 너무 턱없는 꿈을 꾸게 하는 것은 정치의 모럴 해저드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를 잘 모르는 사람이 정치판에 긍정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맥시멈이 그간의 행보와 이번의 사퇴였다고 생각한다.

이후의 대선판은 두 가지를 시험하게 될 것이다. 첫째는 문재인의 정치력. 안철수에게 보였던 겸양과 비움의 미덕이 박근혜에게 소용이 닿을지, 혹은 다른 카드가 있을지 기대해볼 만하다. 두번째는 대중의 정치 계몽이 다른 어떤 루트를 찾게 될지에 대한 여부. 앞서 말했듯 허상의 지지에 대중이 목매는 것이 지속되는 것은 대중의 호불호와 무관하게 건강치 못하다. 그리고 상대편 박근혜는 주로 정치무관심과 관성을 지지층으로 여기고 있는 또 한 명의 모순된 정치인이다. 허상이 아닌 현실의 무기로, 그 모순에 싸워 이겨야 한다. 앞으로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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