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바 Q : 역대 신극장판 중 최고. by cryingkid



에바 신극장판 Q 봤다. 최대한 스포일러를 안 쓰고 설명하겠다.
뭐 어차피 에바 광팬들 아니면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도 어려울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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序와 破에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어떤 신파의 장치를, 이번 Q에서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설명해준다. 즉 序에서 "전일본의 에너지를 총동원"하는 형태를 부각한 야시마 작전의 재해석과, 破에서 "레이를 코어 속에서 끄집어내"는 형태로 뒤튼 알미사엘 사도 습격의 재해석은 개인적으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클리셰였는데, 이번 Q에서는 전자의 총력전의 후폭풍이 어떤 폐허를 낳았는지를 그려내는 식으로, 후자는 레이에 대한 신지의 맹목이 세계에 어떤 민폐를 저질렀는지를 묘사하는 식으로 그것을 극복하고 있다. 역겨웠던 전작의 부분을 너무나 콕 집어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序와 破를 보고 이후 편을 볼 이유가 별로 안 생겼다면, Q를 보고 나서는 이후편을 봐야 할 분명한 이유가 생겼다. 좀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序와 破까지는 대체 이 시리즈를 왜 이제 와서 다시 만드는지 이해가 안됐다면, Q에서는 신극장판을 다시 만든 이유를 아주 분명하게 드러내준다. 고로 이제까지 나온 신극장판 3연작 중에 이번 Q가 단연 으뜸이다.

극장판 이전의 원작이 결국 이 모든 상상계의 문제를 내면의 문제로 치환하는 혐의를 남겼다면, Q에서는 그 내면의 문제에 골몰하는 것이 바깥 세상 안에서 얼마나 치명적일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서드 임팩트 이후 영원으로 "녹다 만" 인간과 세상의 흔적은 끔찍하다. 전쟁은 보다 인간의 마음 '밖'의 형태로 현현되고 있다. 물론 에바의 핵심적인 장치들은 여전히 인간의 내면에 뿌리박은 형태이지만, 그 안과 밖을 잇는 방식은 더이상 과거에 썼던 형태일 수가 없게 됐다. 더구나 이번 편은 이제까지 나온 에바 시리즈를 통틀어 극의 톤이 가장 어둡고, 전작에 대비되어 너무나 잔혹하게 당대의 클리셰-'국력을 쏟는 전쟁'과 '온몸을 바치는 사랑' 모두를 몸소 비웃고 있다. Q에도 몇몇 닭살돋는 클리셰들이 나오긴 하는데, 다음 편에서 그걸 또 어떻게 비웃을지 모를 일이고, 그래서 다음 편이 더욱 기대된다.


PS) 이건 개인적인 관심사이지만, 나는 예전부터 에바의 서사 속에서 일본인이 생각하는 '전쟁'과 '자아'의 개념을 추출할 수 있다고 생각해왔다. 가령 전쟁이 어떤 재난처럼 저 멀리서 다가오는 것처럼 그려지거나, 전쟁의 전황을 좌우하는 핵심 키워드를 아주 노골적인 형태로 "사람의 심리"에 쥐어두는 것 등등. 헌데 이번 편에서 그에 대한 재해석이 꽤 많이 진전된 점이 크게 주목된다. 뭐 어쨌든 그에 관한 얘기는 신극장판 최종화가 나온 뒤를 기약할 수밖에 없겠다. 에바가 늘 그렇듯이, 극이 앞으로 무슨 퍼즐을 어떻게 풀어갈런지 알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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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13/04/27 02:44 # 답글

    Q에서는 신극장판을 다시 만든 이유를 아주 분명하게 드러내준다. 고로 이제까지 나온 신극장판 3연작 중에 이번 Q가 단연 으뜸이다.

    극장판 이전의 원작이 결국 이 모든 상상계의 문제를 내면의 문제로 치환하는 혐의를 남겼다면, Q에서는 그 내면의 문제에 골몰하는 것이 바깥 세상 안에서 얼마나 치명적일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공감합니당
  • 2013/04/27 02:46 # 답글

    구판은 여러가지 충격적인 장면도 나오고 논란이 많았어도 Q만큼 끔직하다는 느낌은 못 받았거든요. 주인장께서 명쾌하게 해답을 내줘서 저도 참 기쁘네요.

    사실 구판은 여러가지 문제가 정신적인 영역에서 머물렀죠.

    뭐 설명이 불친절하고 여러모로 상업애니 같지도 않고, 에바같지 않은 에바라서

    이번 Q편이 꽤나 맘에 들었어요
  • cryingkid 2013/04/27 02:49 #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막말로 전 파까지는 감독이 드디어 돌았나... 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번 편은 확실히 사람 뒷통수를 치더군요. 벌려놓은 걸 어떻게 수습할지 무척 기대가 됩니다.
  • 티라노 2013/04/27 04:38 # 답글

    얼얼해진 뒷통수가 좀 식은뒤에 쭉 읽어보니
    역시 안노라는 느낌이 드네요
    ...좋은 쪽이든 안좋은 쪽이든
    안노는 안노였던 것입니다
  • 2013/04/27 11:49 # 답글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확실히 전작에서 관객이 열광하던 부분을 대놓고 뒤집는 모습이 참으로 에바답다고 느꼈지요.
  • 2013/04/28 22:50 # 답글

    주인장님께 폐가 안된다면 제가 가입한 카페랑 오픈캐스트에 소개를 해도 될까요?

    애니메이션 카페인데 이 글 소개하면 괜찮을듯 싶어서요

    http://cafe.naver.com/foranicultue
    http://opencast.naver.com/AC846
  • cryingkid 2013/04/28 23:20 # 삭제

    감사합니다. 까페에는 원글 링크걸고 소개하셔도 됩니다. :)
  • 아무분이나 좀 2013/05/01 20:41 # 삭제 답글

    극장판 이전의 원작이 결국 이 모든 상상계의 문제를 내면의 문제로 치환하는 혐의를 남겼다면, Q에서는 그 내면의 문제에 골몰하는 것이 바깥 세상 안에서 얼마나 치명적일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이게 무슨 말인지 당나귄지 명쾌한 설명 좀...
  • cryingkid 2013/05/02 02:08 # 삭제

    아무분이나 좀님 / 당나귀 찾지 마시고 한글 문장 독해력을 기르세요.
  • dd 2013/05/02 03:49 # 삭제

    가독성 떨어지는 문장인 것은 사실입니다.
    아주 많이요.
  • cryingkid 2013/05/02 03:54 #

    dd님 / 가독성이 좋은 글과 떨어지는 글은 제각기 맡은 기능들이 있습니다.
    본인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캐내어 읽으면 되고, 그게 싫으면 지나치면 됩니다.
    전 온누리의 인류에게 다 술술 읽힐 수 있는 글을 쓰는 데에는 별 욕심이 없습니다.
  • 어이상실 2013/05/02 09:42 # 삭제

    내 글은 정말 대단하니 못알아 먹으면 읽지마! 이런 건가요?
    정말 어이가 없네요...
  • cryingkid 2013/05/02 12:58 # 삭제

    내글 대단하단 생각은 별로 해본 적 없으니 어이는 다른 데서 찾으시길 바랍니다.
  • ㅁㅁㄹ 2013/05/02 13:53 # 삭제

    쉽게 쓸 수 있는 문장을 구태여 어렵게 쓴다는 건 그게 무슨 순수문학이나 암호문이 아닌이상 우습게 보이는건 사실이지요
    언어능력의 문제가 아니라면, 그저 흔한 허세의 한 단면일 뿐이고요
  • ㅁㅁㄹ 2013/05/02 13:56 # 삭제

    아 물론 여기는 님 블로그이므로 님이 여기다 시를 쓰건 똥을 싸건 님 마음입니다^^7
  • cryingkid 2013/05/02 14:12 # 삭제

    허세를 부린 이유는 허세에 값할 만큼의 내용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말씀하셨듯이 내 블로그이므로 허세가 싫으시다면 지나치시면 되고, 내용상 동의가 안된다면 즐거이 지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결국 2013/05/02 22:15 # 삭제

    나도 무슨 소리를 했는지 설명을 못하겠다 이거군요;
  • cryingkid 2013/05/03 04:25 # 삭제

    결국님 / 지도 이해를 못했으면 글쓴이도 이해를 못했을 것이란 편견을 버리세요. 그리고 세상에 시비걸 대상은 많으니 제 지성을 자랑할 다른 적절한 곳을 찾아보세요. :)
  • 결국 2013/05/03 06:45 # 삭제

    아뇨, 편견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맥락으로 보건대 주인장의 글은 스스로도 명쾌히 설명 못하는 싸이월드식 허세가 맞아요.
  • 결국 2013/05/03 06:47 # 삭제

    물론 제가 소크라테스도 아니고 주인장의 허세가 단순히 보기 안쓰럽다거나 하는 이유로 교정하거나 할 이유도 의리도 없으므로 그냥 그렇다고요. 전 이만^^
  • cryingkid 2013/05/03 15:08 # 삭제

    결국 / 이 블로그의 다른 글은 이와 다른 문체로 쓰여졌고, 제가 이런 식으로만 글을 쓰는 사람도 아니며, 거기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지요.
    저도 이 글 외에 다른 제 글을 읽을 성의가 없는 분들에게 과한 "의리"를 퍼드릴 의사가 없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 가독성 운운 2013/05/03 00:11 # 삭제 답글

    이 블로그의 주인장을 잘 모르지만,
    저 글은 이야기하고 싶은 말을 전달하는 방식에서는
    좋은 글인듯 한데...
    가독성 운운 하면서 시비를 거는 것은 조금 이해가 안되네요.
    모처럼 잘 읽은 글 밑에 지저분하면서도 얄팍한 자기과시욕을
    보이는 것이 유쾌하지 못하여 댓글을 답니다.

    아, 그리고 레이를 코어에서 끄집어내는 부분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은 공감합니다.그리고 안노감독은 아마...아무 생각이 없을지도....
  • cryingkid 2013/05/03 04:14 # 삭제

    가독성 문제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이야말로 제가 바라지 않는 방향입니다. 파의 그 씬은 정말 최악의 신파였는데, 큐에서 그걸 이리 비틀어 놨으니, 그걸 어떤 식으로든 수습을 해야할 겁니다. 그게 기대가 되지요. :)
  • 2013/05/26 02:1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6/05 15:01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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