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뫼비우스>(2013) by cryingkid



"뫼비우스" 봤다.

영화 시작 9분만에 성기절단 장면이 나온다. 그 장면은 이 영화의 스포일러감도 못된다. 잘라냈다는 5분이 무얼 담고 있었을지도 아주 잘 예상된다. 젠더를 넘어 섹슈얼리티로서의 남성성을 이토록 집요하게 쑤셔대는 영화가 앞으로도 더 나올 수 있을까 싶다.

성 이외의 다른 주제를 다룬 영화가 한국에서 더 호평받으리라는 점은 충분히 예상되지만, 성을 다루었던 김기덕의 영화 중에서는 어쨌든 최고다. 상식으로 통용되는 성의 기저를 파헤치는 데 필요한 윤리가 비로소 갖춰진 느낌이다. 영화의 모든 여자역을 한 배우가 연기하게 한 건 꽤 주효한 선택이었고, 이 영화에 나오는 남자역들은 홍상수의 영화에 나오는 그것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끔찍하다. 건전함의 기준이 "성인 남성(의 구림)"을 기준으로 맞춰져있는 한국에서 이 영화가 멀쩡히 상영될 수 있었다면 그게 더 희한한 일이었을 것이다.

쾌락을 둘러싼 윤리는 언제나 가까운 미래의 꿈이다. 많은 실패 후에 몇 가지 성공들이 있고 익숙한 성공들 뒤에 더 큰 실패들이 있다. 익숙하고 낯선 쾌락의 많은 대체재들 사이에서 사람이 누릴 수 있는 것들은 한정돼있고, 한정돼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더욱 이미 가졌거나 누려본 것들에 집착한다. 삶의 경로의존성은 곧 쾌락의 경로의존성과도 같다. 그 가운데 사회적으로 용인된 것들로 이루어진 가족구성원 간의 쾌락경제는 우리의 상식이 그러하듯 모래 위에 지은 성과 같다. 쾌락의 경로의존성은 곧 삶의 경로의존성이므로, 자신의 삶의 익숙함을 무슨 수를 써서건 이 악물고 지키고 싶은 사람들은 자신이 걸어온 쾌락의 온건함 안에서 그것을 보편이라 부르며 만족하고 살 것이고, 쾌락의 윤리에 이기고 지고를 거듭해본 사람들은 그의 영화를 통해 자기가 걸어온 섹슈얼리티의 역사를 꽤 아프게 되짚어볼 수 있을 것이다.

김기덕 영화는 대사가 없으면 없을수록 영화다워진다. 김기덕이 그간의 필모를 통해 그토록 집요하게 다루려던 것이 성이었으므로, 성을 다룬 김기덕의 영화 중에 최고라는 말은 이제껏 김기덕의 영화 중에 최고라는 말이 된다. 해외 영화제에서의 성적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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