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부치지 않은 편지 by cryingkid




이 곡이 가진 마력이 어디에서 올까를 생각한다.

이 사람이 뭇사람들에게 분별없이 기려지고 있는 것과 상관없이, 이 사람의 노래가 가졌던 서정이 어디에서 온 걸까를 생각한다. 지난 5년간 이 사람을 비롯한 한국 포크의 뿌리에게서 최대한 멀리 있으려고 애썼는데, 왜 다시 또 이 으밀아밀한 자민통적 서정과 허무주의에 빠져들게 되는지를 생각한다. 왜 이 유약하고 죄기 힘든 트릴이 소위 배웠다는 이들에게, 배우고자 했던 이들에게 그리도 오래 질긴 생명을 유지했는지를 생각한다.

이 사람은 민주진보의 활동과 담론 뒤에 무어가 있는지를 누구보다 잘 직시한 사람이다. 운동이 망해갈 때 제 처지를 자학하며 김광석의 노래로 도망가던 일꾼들의 마음이 진심이 아니었다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열사의 인생을 포지티브하게 소환해낸 것이 북쪽이었다면 그 인생을 네거티브하게 복기해낸 것이 이 일련의 김광석 키드들이었다. 그것은 날카로운 안목만을 내보이고 아무 것도 남기지 않는 예술의 태생적 운명이었고, 동시에 그와 너무도 처연히 깍지껴있던 민주진보의 마지막 부푼 가능성이었다.

나는 이제 김광석을 가끔만 듣는다. 나는 20대의 나에 비해 사회진화론적으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미감 안에 두릅으로 정치를 묻을 수 있던 시절은 물론 행복했지만, 진보를 이마에 써붙인 이들일수록 진보에 담긴 시간의 유장함에 더욱 빨리 풍화되어가고, 그 바스러짐을 견디기에 이 노래는 아직 지나치게 젊다. 젊어서 아름답고, 젊어서 욕된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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